우리는 삶에서 얼마나 자주 위안받으며 살까. 슬픈 마음이나 괴로움을 덜어주는 위로를 자기 자신에게는 얼마나 허락하고 있나. 강해야만, 내가 잘 해내야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힘들고 슬픈 마음을 꺼내기보단 꽁꽁 숨겨두진 않았는지. 남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아니야 난 괜찮아’라며 취약해진 마음을 감춰두진 않았는지. 적어도 오랫동안 타국에서, 도시에서 살던 나는 그랬다. 마음 힘들고 슬픈날은 생각보다 살면서 꽤 자주 있는데 말이다.

경쟁력 있고 힘 있는 내가 되면 더 잘 살수 있을 것 같았지만, 자신조차 위안하지 못하는 마음은 그저 괴로움에 발버둥 칠 뿐이었다. 끅끅거리며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갔지만, 발버둥이 낸 균열과 코로나로 동굴의 천장은 무너져 버리고 변화의 시기는 결코 찾아오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무너진 동굴을 뒤로하고 감각이 반응하는 대로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평양을 지나, 산과 들을 건너, 지역과 지역을 넘어 이곳 상주 이안느루까지 왔다.

이안느루는 도시와 지역의 특별한 관계를 맺고 거주하며 서로 상생하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내가 모든 지역을 다녀본 것도 아니고, 관계 인구라는 개념이 조금씩 확산되곤 있지만 대부분 지역 ‘정착’을 전제로 한 정보가 많았다. 짧으면 며칠, 길면 한달 안에 어떤 결단을 내려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은 사실 현실적이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안느루의 ‘두 지역 살기’는 삶에 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좋은 연결고리다. 나도 지난 2박 3일 탐색캠프를 경험하고 다시 이곳에 내려왔다.

이안리는 마트는 커녕 편의점 하나 없다. 가게라곤 점심 운영만 한다고 소문처럼 들려오는 한식뷔페 하나뿐인 외진 곳이다. 그런 이안느루에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내려온다. 심지어 이곳에서의 생활을 좋아한다. 나는 도시의 많은 편의를 내려놓고도 더 좋을 수 있는 이유를 이안느루가 주는 ‘위안’ 때문이라 생각한다. 보통 처음 만나면 묻는 나이, 직업, 학교를 통해 이어지는 평가와 판단보다는 진짜 '나’라는 존재를 궁금해하는 질문과 대화들이 오간다. 모두가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다 왔지만, 이안느루라는 접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공통점이 있다. 지금 있던 곳을 ‘던지고’ 나의 삶을 보다 새롭게 탐색하고 싶은 마음의 씨앗을 품은 사람들이라는 거다. 던졌다는 것은 버리거나 등진게 아니라 벗어나는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다. 내 짐을 벗어 던져 보니 어깨를 에던 시뻘건 아픔이 그제서야 보였기에, 앞으론 원하지 않는 짐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첫날부터 냅다 흙반죽으로 공을 만들어 손목이 시큰거릴 때까지 광도 내보고, 산책 중 동네 할머니가 농사지었다며 까주는 마늘도 받아먹고, 장터에서 비 맞으며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준비한 마라꼬치를 팔아본 순간들은 내 예상과 편견을 창문 밖으로 던져준 고마운 창조의 샘터다. 그렇게 얻은 영감으로 만든 출판물, 그림, 굿즈, 영상, 사운드 등으로 흔적을 남기고 간다는 것은 우리가 창의적이고 소중한 존재라는 따뜻한 위안의 산물이다.

나는 이안느루를 친척집이라 부르고 싶다. 삶을 나누는 마음 편한 사이, 오랜만에 가도 어색하지 않은, 자신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곳이라 정의하고 싶다. 그렇게 서로의 세월과 흔적이 상주의 자연과 함께 아름답게 쌓아져 가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원하지 않는 짐을 던져버리고, 자신이 충분히 괜찮아 질 때까지 토닥여주며, 온전히 위안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가길 바란다.

이안느루의 위안이란

나는 이안느루를 친척집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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