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도시 친구에게 이안느루에서의 생활상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비 오는 날의 백일장 풍경, 이안면에서의 트레킹, 프로젝트 발표 현장, 버름매미에서의 라이브 공연. 사진을 본 친구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것 같다"는 재미있는 감상을 남겼다. 도시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나는 오래 지나지 않아 도시의 '생기 없음'을 실감하게 되었는데,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상주에서 느꼈던 생동감과 활기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속터미널역의 화려한 백화점 간판, 멋들어진 상점과 상품들은 도시의 '활기 없음'을 화려한 물신들로 감추려는 시도처럼 보였다. 모든 것들이 생기로 충만했던 상주와는 달리, 도시에서는 "무언가가" 죽어가고 있었다.

서울의 나는,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차가운 겨울 같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다.

내 주변의 도시 청년들 대부분은 정신 병력을 안고 있다. 예전에는 민감한 문제였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이슈는, 지금은 동료들과 (비교적)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이야기거리가 되었다. 2020년대 이후로는 '토요코 키즈', '멘헤라'와 같은 기존의 사회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들이 일종의 스타일로 변질되면서,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징후들이 패션 아이템처럼 소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정신 건강에 대한 사회 인식이 나아졌다기보다는, 정신 건강 문제가 사회에 만연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개인과 사회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개인의 아픔은 곧 사회적 징후로서 드러난다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신 건강 문제가 만연해 있는 현상은, 현대 사회 구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건강은 사회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여전히 개인적 문제로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정병 걸린다'고 주로 표현되곤 하는 신조어 "정병"은 비판적이라기보단 자조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용어가 되었다. 요즈음 SNS 등지에서는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아프면 병원 가라'라는 코멘트가 빈번하게 달리곤 한다. 마치 병원에 가서 약 먹으면 모든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되는 것처럼. 정신 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에 그치는 청년들의 인식에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결부되어 있다.

문화평론가 마크 피셔에 의하면, "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라는 말을 가장 생산적으로 읽는 방법은, "개인적인 것은 비개인적인 것이다" 라고 읽는 것이다. 나는 상주시에서의 비 오는 날 백일장 풍경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데, 모두가 같은 곳에 서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같은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느슨한 공동체적 감각이 장소에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었다. 도시 생활에서는 우리가 서로 같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끼기가 대단히 어려운데, 이는 자본주의 사회가 자신의 구조적 결점을 은폐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육강식의 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는, 고용 불안과 노동력 착취, 정신 건강 문제 등을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하는 형태로 자신의 구조적 결점을 은폐한다. 이러한 무한 경쟁과 개인적 이기심을 종용하는 "자본주의적 현실" 속에서 체제 바깥의 삶의 방식을 상상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구조 바깥의 변두리 지역, 바운더리 바깥의 지역에는 그 구조를 비판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상주생활도감 1일차 기록에서, 나는 중심이 아닌 지역의 "변두리성"을 옹호하는 취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썼다.

"중심이 되고자 하는 도시는 그 이분법을 깨지 못하고 바운더리 바깥의 소외된 공간-중심지와 변두리의 이분법적인 규범을 끊임없이 재생산한다. '변두리성'을 긍정하는 공간에서의 삶은 중심지와 변두리의 이분법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바운더리 바깥의 것들만이 가질 수 있는 전복성. 사람들과의 작은 관계를 소중히 하는 지역에는 도시 생활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상기시켜줄 수 있는 힘이 있다. 나는 어쩌면 상주 캠프에서 그런 것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쇠퇴한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힌 변두리 지역들아. 중심지가 되려고 하거나, 수도권에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거나, 외곽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 말아다오. 지역의 변두리성, 바운더리 없음,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한 시도들이 내 가슴을 충만하게 한다."

이안느루 캠프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 ‘변두리성’에 가장 근접한 장소다. 이안느루는 도시에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존재였을 사람들과 함께 연대할 수 있는, 도시에서 잃어버린 공동체적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다. 그 뒤에는 결코 쉽지 않았을 이안느루 가족들의, 연대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도시에서는 그저 개인에 불과하다. 이안느루에서의 경험은 내게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연대를 향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도시 청년들의 고독과 외로움, 개인주의의 사회적 병폐를 떨쳐내기 위해서는, 사회 구조의 부조리를 파헤치는 일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주변의 변두리 인간들, 변두리 지역들의 "변두리성"을 긍정하고, 그들과 연대하기 위한 노력을—최소한 손을 뻗는 정도라도—끊임없이 시도해야만 하겠다.

결코 쉽지만은 않은, 연대를 위한 끊임없는 노력을 실천하고 계신 이안느루 가족 여러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상주생활도감 1기 팀원 여러분, 언젠가 같은 곳에서, 혹은 다른 장소에서 다시 만날 일을 기약합시다. 고맙습니다.

상주생활도감 10일차 - 개인적인 것은 비개인적인 것이다

변두리 지역에서의 생활과 도시 청년들의 개인주의, 정신 건강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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